유럽 · 러시아

포스터를 한 장씩 붓으로 칠하던 작업장

모스크바의 벽까지 이어진 종이와 틀

약 5분의 작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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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한 장씩 붓으로 칠하던 작업장의 내용을 돕는 설명용 이미지
KnowledgeWalk 제작 · AI 설명용 삽화. 실제 사물의 정확한 구조·규격·역사적 장면을 재현한 자료가 아닙니다.

같은 포스터를 여러 장 만든다고 하면 인쇄기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기의 소련 타스 포스터 중에는 잘라 만든 틀을 대고 한 장씩 색을 칠한 것들이 있었다.

시카고 미술관은 모스크바의 작업장에서 이런 포스터를 제작한 과정을 소개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여러 사람에게 같은 이미지를 보내는 일이 한 작업장 안에서 만났다.

01. 한 번의 그림에서 여러 장으로

타스는 당시 소련의 중앙 통신 기관이었다. 전쟁 소식을 살피던 화가와 삽화가, 시인과 작가들이 포스터 제작에 참여했다. 전황을 전달하는 동시에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기를 북돋우려는 선전 매체이기도 했다.

디자인이 정해지면 그것을 바탕으로 손으로 자른 스텐실을 만들었다. 스텐실은 색을 넣을 부분이 뚫린 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틀을 반복해 대면 비슷한 모양을 여러 종이에 옮길 수 있다.

02. 큰 종이는 여러 조각을 모아서

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틀을 사용해 색 부분을 칠하고 더 다듬었다. 완성한 종이 조각들은 글이 적힌 패널과 타스 번호를 더해 붙였다. 거대한 한 장처럼 보이는 이미지에도 이어 붙이는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포스터는 화가 혼자 그림 한 점을 끝내는 일과는 다른 제작 체계를 가졌다. 틀을 자르는 일, 칠하는 일, 조각을 맞추는 일이 연결되며 여러 장의 결과물이 나왔다.

03. 여러 장을 만드는 일에도 손이 필요했다

스텐실은 구멍이 난 틀을 통해 색을 종이에 옮기는 방식이다. 색을 달리하려면 필요한 부분을 구분하고 틀을 맞추어야 한다. 한 장에 칠한 형상을 다음 장에서도 비슷한 자리에 놓으려면 작업 순서가 중요해진다. 같은 그림을 여러 장 만든다는 말 안에 반복해서 손을 움직이는 일이 들어 있었다.

이런 제작에서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사람과 실제 종이에 색을 올리는 사람의 역할이 이어진다. 화가 한 명의 이름으로만 기억하면 틀을 자르고 위치를 맞추고 종이를 붙인 작업이 보이지 않게 된다. 완성한 포스터의 큰 화면 뒤에 작은 공정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고 보면 손으로 만든 복제라는 말도 조금 구체적으로 들린다.

04. 그림 옆의 글도 같은 메시지를 만든다

미술관 설명에는 시인과 작가의 참여가 함께 나온다. 이미지를 만들고 나서 글이 남는 자리를 아무 말로 채운 것이 아니다. 그림의 장면과 문장의 어조가 함께 관람자의 반응을 이끈다. 웃음이나 분노, 경계심을 어떤 대상으로 향하게 할지 정하는 데에는 말과 이미지 모두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쟁기의 선전물이라는 성격도 여기서 중요해진다. 실제 전황을 알리는 기능과 사람을 특정한 방향으로 설득하는 기능은 함께 있을 수 있다. 포스터에 적혀 있다고 모든 주장을 중립적인 뉴스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누가 만들었고 누구를 향했으며 어떤 감정을 요구하는지 함께 읽으면 예술과 정보의 관계가 더 선명해진다.

05. 종이의 경계에서 제작 순서를 찾기

커다란 이미지가 여러 종이 조각과 글 패널, 번호의 결합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은 물건을 보는 순서를 바꾼다. 멀리서는 하나의 장면이지만 가까이에서는 이어 붙인 부분과 색을 나눈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림의 내용뿐 아니라 그것이 어떤 단위로 만들어졌는지도 질문할 수 있다.

여기의 삽화는 이 공정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 그림이다. 특정 원본 포스터의 접합 위치나 붓 자국을 확인하는 자료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실제 작품의 사진을 볼 때에는 인물과 문장부터 본 뒤 종이의 가장자리로 눈을 옮겨 보자. 메시지의 큰 목소리 아래에 손으로 조립한 물건의 구조가 남아 있을 수 있다.

06. 벽에 붙는다는 것은 다른 관객을 만나는 일

상점과 공장, 공공 건물은 사람들이 이미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니던 장소다. 그곳의 포스터는 미술관의 작품처럼 감상 시간을 따로 마련한 관람자만 만나지 않는다. 일을 하거나 물건을 사러 가는 길에 잠시 시선을 붙잡아야 한다. 메시지가 어디에 놓이는지가 표현의 성격과 연결되는 이유다.

작업장의 제작 방식과 거리의 배포를 이어 생각하면 예술이 사회 안에서 움직이는 경로가 보인다.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여러 장으로 나뉘어 다른 장소의 사람에게 도착한다. 어떤 주장을 담았는지 비판적으로 읽는 일과, 그 주장을 퍼뜨린 물건의 형태를 살피는 일은 함께 할 수 있다.

07. 사람이 지나는 자리로 보내기

이렇게 만든 포스터는 모스크바의 상점과 공장, 공공 건물 등으로 보내졌다. 감상하려고 찾아오는 전시장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는 생활 공간을 만나는 매체였다.

여기서는 특정 포스터를 모사하지 않고 제작 과정을 떠올리는 삽화를 함께 실었다. 그림이 무엇을 주장했는지와 함께 어떻게 만들어져 어디로 갔는지도 물어볼 수 있다. 종이 한 장의 이야기가 작업장의 손과 도시의 벽까지 넓어지는 순간이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시카고 미술관 — Countdown to TASS ↗확인일 2026-10-28

    소련 중앙 통신기관 타스와 전쟁기 포스터 · 화가·삽화가·시인·작가 참여와 전황·선전 목적 · 손으로 자른 스텐실·채색·종이 조각과 글 패널·번호의 결합 · 모스크바 상점·공장·공공 건물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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