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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마왕 — 한 가수가 네 사람을 노래할 때

달리는 말과 네 목소리, 피아노가 만드는 또 하나의 이야기

약 5분의 작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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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마왕의 제2판을 위해 제작된 옛 판화. 말을 타고 달리는 인물과 주위의 환상적 형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프란츠 바이글의 마왕 제2판 삽화 · 음악 전기 수록 역사적 판화 · Project Gutenberg 이미지 출처 · 퍼블릭 도메인 원작의 역사적 재현 자료 · Project Gutenberg 수록본 · 이미지 크게 보기

밤길을 말을 타고 달리는 아버지가 있다. 품 안의 아이는 무언가를 보고 두려워하고, 아버지는 아이를 달래며 계속 나아간다. 여기에 누군가 달콤한 말로 아이를 부른다. 네 사람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이야기인데, 무대에는 가수 한 명과 피아니스트 한 명이 있을 수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이다. 괴테의 시에 음악을 붙인 작품으로, 확인한 악보는 1815년과 D.328이라는 번호를 제시한다. 이 글에는 노래의 마지막 장면까지 포함되어 있다.

01. 제목은 시에서 음악으로 이어졌다

독일어 제목은 Erlkönig다. 슈베르트는 괴테의 시가 가진 이야기를 성악과 피아노의 시간으로 옮겼다. 노래가 단순히 시를 예쁜 멜로디로 읽어 주는 것만은 아니다. 등장인물의 차이와 긴박한 진행을 소리의 관계로 만든다.

한국어 제목의 마왕을 듣고 어떤 종교의 악마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아이를 부르는 초월적인 존재가 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보면 좋다. 이름에 관한 상상을 넓히기 전에, 한 편의 이야기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따라가는 것이다.

02. 피아노는 노래가 시작되기 전부터 달린다

첫머리의 피아노에서는 음들이 촘촘하게 반복된다. 말을 타고 급히 달리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다. 성악이 없을 때에도 이미 장면의 속도와 긴장이 형성된다. 반주라는 말만 듣고 뒤에 깔리는 장식이라고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다.

같은 음을 반복하는 것은 연주자에게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계속 움직이는 힘을 유지하면서 노래와 어울려야 한다. 듣는 사람은 기술을 평가하려 애쓰지 않고, 이 반복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들리는지 느껴 보면 된다.

03. 첫 목소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처음에는 화자가 밤길의 장면을 제시한다. 누가 달리고 누구를 안고 있는지 알려 주며 청중을 이야기 안으로 들인다. 가수는 이 목소리에서 아버지와 아이의 말로 곧 옮겨 가야 한다. 여러 배역이 나누어 등장하는 연극과는 다른 방식이다.

가사를 미리 읽어 두면 가수가 바뀌지 않는데도 역할이 달라지는 순간을 더 쉽게 듣게 된다. 독일어를 모르더라도 먼저 이야기의 순서를 알고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음 하나마다 번역을 붙이려 하기보다 지금 누구의 말인가를 찾아보는 것이다.

04. 아버지가 보는 것과 아이가 보는 것

아이에게는 두려운 존재가 보인다. 아버지는 안개나 바람, 자연의 모습으로 설명하며 진정시키려 한다.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가지만 같은 세계를 경험하고 있지는 않다. 이 차이가 대화를 계속 움직인다.

아버지의 차분하게 달래는 소리와 아이의 불안한 외침을 비교해 보자. 한 가수가 높이와 힘, 말투를 바꾸며 두 사람을 구분한다. 아버지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 이해하지 못한다고 곧바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돌보려는 마음과 상대가 느끼는 공포가 꼭 같은 설명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05. 마왕의 목소리는 무섭게만 들리지 않는다

아이를 부르는 존재는 처음부터 큰 소리로 위협하기만 하지 않는다. 더 부드럽고 매력적으로 들리는 말로 유혹한다. 바깥의 긴박한 피아노와 다른 성격의 노래가 잠시 겹치면 음악의 불편함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무서운 장면은 반드시 거칠고 시끄러운 소리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정한 말투가 어떤 상황에서 나오고 누구를 향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한 곡 안에서 소리의 아름다움과 이야기의 위험이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06. 아이의 외침은 점점 더 절박해진다

아이는 아버지를 부르며 자신이 겪는 일을 알리려 한다. 그 호소가 반복될수록 청중은 같은 대답만으로는 상황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앞서 들었던 유혹의 부드러움과 아이의 외침을 기억해 두면 인물들의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여기서 원인을 하나의 진단으로 확정할 필요는 없다. 시와 가곡은 아이가 무엇을 보고 아버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 준다. 작품 밖의 병명이나 초자연적 사실을 증명하는 기록으로 읽기보다, 서로 다른 경험이 끝내 만나지 못하는 장면으로 들을 수 있다.

07. 끝에서 피아노의 달리기가 멎는다

아버지는 아이를 안고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아이는 이미 죽어 있다. 마지막에는 앞서 달리던 흐름과 다른 방식으로 사실이 전달된다. 피아노와 목소리가 만들어 온 긴박함을 기억하기 때문에 그 멈춤은 더 크게 들릴 수 있다.

이 결말을 놀라운 반전으로만 기다리기보다 그전의 모든 말이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돌아보면 좋다. 달래는 말, 유혹하는 말, 도움을 구하는 말이 같은 시간에 이어졌지만 결과는 막지 못했다. 가곡은 짧은 분량 안에 그 어긋남을 응축한다.

08. 삽화와 함께 네 목소리를 구별해 보기

함께 실은 이미지는 마왕의 제2판을 위해 제작된 프란츠 바이글의 역사적 판화가 전기에 재수록된 자료다. 말을 탄 인물과 환상적 형상을 표현한 출판 삽화이며, 슈베르트가 목격한 실제 사건의 그림은 아니다. 노래가 다루는 밤길의 분위기로 들어가는 문으로 보아도 좋다.

처음에는 줄거리를 알고 편하게 듣고, 다음에는 화자와 아버지, 아이와 마왕을 나누어 찾아보자. 마지막으로 피아노만 귀로 따라가 보면 한 번 더 다른 곡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한 가수의 네 목소리 곁에서 피아노 역시 이야기를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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