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양주 · 한국
이 목걸이 같은 장식은 치마 속에 숨었다
눈보다 코가 먼저 만나는 노리개

사진 속 물건은 긴 목걸이처럼 보인다. 색이 다른 작은 알들이 줄을 따라 이어지고, 아래에는 술이 달렸다. 그런데 이름은 목걸이가 아니라 줄향노리개다.
장신구라면 남에게 보여 주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노리개는 조금 다르다. 박물관 설명에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도록 치마 속에 찼다고 적혀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도 꾸밈이 있었던 셈이다.
01. 구슬처럼 만든 향
국립고궁박물관은 줄향을 향으로 만든 둥근 알을 이어 놓은 것으로 설명한다. 향을 구슬 모양으로 빚어 색을 칠하거나 천으로 싸서, 염주처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소장품의 설명에는 붉은색과 황색, 녹색, 흰색이 등장한다. 사진에서 색을 찾다 보면 처음에는 그저 예쁜 구슬이라고 여겼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된다. 모양뿐 아니라 향기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 물건이다.
02. 옷에 달아 두는 향기
노리개는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허리 끈에 차는 장신구다. 줄향노리개 역시 옷과 함께 쓰였지만, 박물관은 치마 속에 차는 쓰임을 따로 소개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과 향기를 가까이 두는 일은 꼭 같을 필요가 없었다.
오늘날 향수를 뿌리는 일과 나란히 떠올릴 수는 있다. 다만 이 물건에 어떤 향 재료가 들어갔는지, 향이 얼마나 오래갔는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사진만 보고 꽃향기였을 것이라고 정해 버리면 이야기가 물건보다 앞서 나간다.
03. 몸을 꾸미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감각도 있다
장신구는 남에게 보이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줄향노리개는 향을 가까이 두는 쓰임을 통해 그 생각을 조금 넓힌다. 치마 속에 찼다는 설명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야만 장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입은 사람이 느끼는 감각과 다른 사람이 보는 모습은 다를 수 있었다.
향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착용자의 감정을 대신 말할 수는 없다. 시원했을지 편안했을지, 어느 순간 향을 맡았을지까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각 외의 감각을 고려한 물건이라는 점은 분명한 관심거리가 된다. 사진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기능을 해설이 알려 주는 사례다.
04. 구슬처럼 보이는 향을 잇는 일
둥근 알을 이어 놓으면 줄의 길이와 구슬의 반복이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향을 빚고 색을 칠하거나 천으로 싸는 제작 방식은 단순한 가루를 담아 놓는 것과 다른 모양을 준다. 재료의 성질을 특정한 몸 장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바꾼 것이다. 손으로 만드는 과정과 착용의 방식이 서로 연결된다.
다만 이 소장품에 쓰인 모든 원료와 배합, 제작 순서를 상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줄향 설명과 이 물건에서 확인한 특징을 나누어 읽으면 된다. 화려한 색이 보인다고 특정한 꽃이나 약재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모양과 색에 관한 정보가 향의 종류를 자동으로 알려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05. 네 가지 색과 옷 안쪽의 자리
붉은색과 황색, 녹색과 흰색이라는 구분은 사진의 줄을 천천히 따라가게 한다. 작은 알들이 같은 모양만 반복하는지, 색이 어느 순서로 놓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자료가 알려 주는 색을 기준으로 보되 촬영과 화면에서 색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면 좋다. 눈앞의 사진이 처음 제작한 날의 색을 완전히 되살리는 것은 아니다.
치마 속이라는 쓰임과 색의 꾸밈을 함께 놓으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부분에도 사람들이 형상과 색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치나 비밀스러운 풍습 하나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물건을 고르고 만드는 사람에게 바깥의 시선만이 유일한 기준은 아니었을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06. 목걸이처럼 보인다는 첫인상을 바꾸기
모양이 닮은 오늘의 물건을 떠올리는 일은 이해를 돕지만 쓰임을 확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목걸이 같아 보인다는 첫 감상 뒤에 박물관의 명칭과 착용 설명을 놓으면 다른 생활이 드러난다. 익숙한 형태를 발견한 다음 낯선 사용법을 배우는 순서다. 유물을 가까이 보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노리개는 옷과 몸, 움직임과 감각이 만나는 도구다. 전시장에서는 정지한 줄만 보여도 원래는 착용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었던 물건이었다. 향이 지금도 난다고 확인하지는 않으면서 그 기능의 기록을 읽을 수 있다. 사진으로는 맡을 수 없는 장식의 한 면이 작은 구슬들 사이에서 떠오른다.
07. 보이지 않아도 남는 꾸밈
이 노리개의 재미는 쓰임을 알고 나서 모습이 달라 보인다는 데 있다. 길게 이어진 알들은 색을 나누는 장식인 동시에 향을 간직하는 부분이었다.
지금 사진에서는 향기를 맡을 수 없다. 그래도 치마 속에 달았다는 짧은 설명 덕분에, 오래된 장신구가 유리장 안의 반짝이는 물건에서 일상 가까이로 내려온다. 옛사람도 자신의 몸 가까이에 기분 좋은 무엇을 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국립고궁박물관 — 줄향노리개 ↗확인일 2026-10-28
노리개를 다는 위치 · 줄향의 구슬형 제작과 네 가지 색 · 은은한 향기를 위해 치마 속에 차던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