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영국
프랑켄슈타인 — 만들어 낸 생명에게는 누가 책임질까
과학자의 이름과 이름 없는 피조물,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하면 볼트가 박힌 머리나 큰 몸집의 괴물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만들어 낸 빅터의 성이다. 만들어진 존재에게는 별도의 고유한 이름이 붙지 않는다. 첫 구분을 알고 나면 제목부터 조금 다르게 들린다.
메리 셸리의 소설은 1818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널리 읽히는 1831년 판본과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대조한 원문의 주요 줄거리와 결말을 포함해, 괴물이 누구냐는 질문보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으로 들어가 본다.
01. 얼음바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설은 과학자의 실험실이 아니라 탐험가 로버트 월턴이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북쪽을 향하던 월턴은 얼음 속에서 기진맥진한 빅터를 만난다. 빅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월턴은 그것을 편지에 옮긴다.
독자는 사건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대신 누군가의 말을 통해 듣는다. 그 안에는 피조물이 빅터에게 들려주는 회상도 들어 있다. 바깥의 월턴, 안쪽의 빅터, 더 안쪽의 피조물이라는 여러 겹을 기억하면 왜 서로의 말을 비교해야 하는지 보인다.
02. 빅터가 넘어서고 싶었던 경계
제네바에서 자란 빅터는 자연의 비밀과 생명의 원리에 매료된다. 대학이 있는 잉골슈타트에서 연구에 몰두하며 살아 있는 존재를 만들어 낼 방법을 찾는다. 가족과 일상에서 멀어진 채 목표 하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마침내 생명이 움직이는 순간 그는 자신이 만든 존재를 두려워하고 피한다. 오랫동안 성공만 상상했지만 성공 뒤의 관계는 준비하지 못했다. 소설의 문제는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해결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더 커진다.
03. 버려진 존재는 처음에 무엇을 알았을까
피조물은 처음부터 세상을 능숙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감각과 배고픔, 추위와 불을 경험하며 살아갈 방법을 배운다. 사람들은 그의 외모에 놀라 도망치거나 공격한다. 그는 인간의 세계를 원하지만 그 세계로 들어갈 문을 찾기 어렵다.
드 라세 가족의 생활을 숨어 지켜보는 동안 말과 관계를 배운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처지와 인간의 역사를 생각하게도 된다. 이 과정에서 피조물은 소리만 지르는 괴물이 아니라 배우고 비교하며 자기 삶의 이유를 묻는 존재가 된다.
04. 말을 배웠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피조물은 눈이 보이지 않는 가족의 노인에게 다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고 한다. 외모를 먼저 보지 않는 상대에게는 이해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하지만 다른 가족이 돌아오면서 시도는 무너지고 그는 다시 배척당한다.
이 장면은 외모에 대한 판단과 말을 들을 기회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피조물이 불행했으니 이후의 폭력은 모두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나아가지는 말자. 소설은 그가 겪은 상처를 들려주지만, 다른 생명을 해치는 선택의 책임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05. 윌리엄과 쥐스틴,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번진다
빅터의 어린 동생 윌리엄이 살해되고 쥐스틴이 범인으로 몰린다. 피조물의 행동과 빅터의 침묵은 직접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까지 무너뜨린다. 비밀을 지키면 문제를 자기 안에 묶어 둘 수 있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빅터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할지 망설인다. 그는 단순히 악한 과학자라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대담함과 결과를 감당할 때의 주저함이 크게 어긋나는 인물로 읽을 수 있다. 그 어긋남의 대가는 주변 사람들도 치른다.
06. 동반자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
피조물은 자신과 함께 살아갈 존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인간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면 적어도 홀로 남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이다. 빅터는 약속하고 작업을 시작하지만 앞으로 생길 일을 두려워해 완성하기 전에 파괴한다.
이 결정은 쉬운 정답으로 나누기 어렵다. 이미 만들어진 존재에게 지는 책임과, 또 다른 생명을 만드는 일의 위험이 충돌한다. 소설은 독자를 연구를 계속하라는 쪽이나 모든 창조를 금지하라는 쪽으로 곧장 보내지 않고, 처음에 피했던 관계의 문제 앞으로 되돌려 놓는다.
07. 복수와 추격이 두 사람을 닮게 만든다
친구 클레르발과 빅터의 신부 엘리자베스에게도 죽음이 닥친다. 빅터는 피조물을 추적하며 남은 삶을 복수에 건다. 자신이 만든 존재를 피하던 사람이 이제 그 존재를 쫓는 일만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다. 둘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더 파괴적인 방식으로 붙잡힌다.
얼음바다에서 빅터는 월턴에게 이야기를 끝내고 죽는다. 마지막에 피조물이 나타나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도 끝내겠다는 뜻을 말한 뒤 사라진다. 독자가 그 뒤의 실행까지 직접 보지는 않는다. 결말은 승리한 영웅보다 황폐해진 관계를 남긴다.
08. 바깥 이야기의 월턴을 잊지 않기
월턴에게도 남들이 넘지 못한 경계를 넘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그래서 빅터의 이야기를 듣는 그의 위치가 중요하다. 누군가의 비극을 알고 나서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위험에 밀어 넣을 것인가. 탐험에 동행한 사람들의 삶도 고려해야 한다.
함께 실은 그림은 피조물의 배움과 고립이라는 정서를 상상한 AI 삽화다. 특정 장면을 정확히 복원하거나 영화 속 외형을 옮긴 그림은 아니다. 누구의 말이 누구를 거쳐 독자에게 오는지 확인하고 읽으면, 빅터의 후회와 피조물의 항변이 각각 무엇을 강조하고 비워 두는지도 생각할 수 있다.
09. 오래된 소설이 오늘에도 남는 이유
『프랑켄슈타인』을 과학은 위험하다는 한 줄의 경고로만 읽으면 많은 부분이 빠진다. 지식에 대한 열망, 돌봄을 받지 못한 삶, 외모에 대한 판단,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태도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과 그 행동을 모두 허용하는 것도 다른 일이다.
무엇을 새로 만들었을 때 성공의 순간만이 아니라 그 뒤의 관계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실험실 밖에서도 유효하다. 오래된 괴물의 얼굴을 확인하기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비극을 키웠는지 따라가 보면 작품은 훨씬 넓어진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메리 셸리 — Frankenstein 원문 ↗확인일 2026-10-29
월턴의 편지·빅터의 고백·피조물의 회상이라는 서술 구조 · 생명 창조·버림·드 라세 가족·윌리엄·쥐스틴·동반자 약속·추격과 마지막 장면
- Standard Ebooks — 프랑켄슈타인 출간·판본 안내 ↗확인일 2026-10-29
1818년 최초 출간 및 1831년 판본 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