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양주 · 한국
화로 아래에 작은 짐승의 발이 있다
따뜻함을 담는 그릇의 뜻밖의 표정

둥근 화로 한 점이 놓여 있다. 가운데는 깊게 파였고 가장자리는 넓게 벌어졌다. 위에서 보면 꽤 얌전한 물건인데,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세 다리가 작은 짐승처럼 생겼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삼족화로다. 박물관은 영친왕비 이방자가 소유했던 물건으로 소개한다. 거창한 의례 장면을 상상하기 전에, 먼저 그 발부터 살펴보면 좋겠다.
01. 얼굴은 다리 위쪽에
다리의 위쪽에는 뿔이 두 개 달린 얼굴이 표현되어 있다. 박물관 설명의 이름은 귀면이다. 낯선 단어지만 사진과 함께 보면 조금 쉽다. 다리와 몸통이 만나는 곳에 입체적인 얼굴이 놓여 있다는 뜻이다.
그 아래는 동물의 발 형태로 만들었다. 얼굴이 있고 발이 있으니 단순히 받침 세 개를 붙인 것과는 인상이 다르다. 둥근 몸체를 작은 생물들이 받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모양에서 얻는 감상이지, 특정 동물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02. 한 덩어리처럼 보여도
화로는 구리로 만든 몸체에 세 개의 다리가 달린 구조다. 박물관은 다리를 따로 주조한 다음 리벳으로 몸체에 붙였다고 설명한다. 멀리서는 한 덩어리 같아도 만드는 과정에서는 부품이 나뉘었던 것이다.
넓은 테두리 끝에는 둥글게 턱도 졌다. 몸체와 다리, 가장자리를 차례로 보면 큰 모양 안에 서로 다른 작업이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장인의 손길을 찾는 데 반드시 복잡한 문양부터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03. 둥근 몸체를 세 점이 받친다
화로의 다리는 장식인 동시에 몸체를 세우는 부분이다. 세 개의 받침이 어디에 붙는지 보면 둥근 용기와 바닥의 관계가 드러난다. 정면의 무늬만 보았을 때와 다른 구조의 질문이 생긴다. 다만 실제 안정성과 무게 중심을 사진만으로 측정한 것은 아니다. 형태를 이해하는 관찰과 공학적 검사는 구분해야 한다.
삼족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세 다리의 구성을 가리킨다. 이름을 알면 낯선 전문 용어가 눈앞의 개수와 연결된다. 전체를 한 번 본 뒤 몸체와 다리가 만나는 자리를 살펴보자. 금속 물건의 큰 윤곽이 여러 부품의 관계로 나뉘기 시작한다. 소장품의 이름도 관찰의 순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04. 한 덩어리처럼 보여도 따로 만들었다
박물관은 다리를 별도로 주조한 뒤 리벳으로 붙였다고 설명한다. 몸체와 다리의 제작을 나누고 나중에 연결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뜻이다. 완성품에서 금속이 이어져 보인다고 처음부터 한 덩어리로 모두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음의 정보는 눈에 보이는 외형과 제작의 시간을 이어 준다.
리벳은 부품을 고정하는 데 쓰는 금속 연결 요소다. 그러나 이 물건의 모든 치수와 작업 순서를 사진에서 새로 복원하지는 않는다. 기관이 확인한 연결 방식을 알면 어느 부분을 더 살펴볼지 알 수 있다. 장식에만 머물던 시선이 접합 부근으로 옮겨 간다. 기술의 흔적은 화려한 면의 바깥에도 있다.
05. 귀면과 동물의 발이 다른 인상을 만든다
다리 위의 얼굴과 아래의 발은 곧게 자른 기둥과 다른 표정을 준다. 몸체를 받치는 부분이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물건의 모양에서 얻는 감상이며 특정 동물의 종류와 의미를 확정했다는 주장은 아니다. 기관이 귀면이라고 부른 형상을 먼저 기준으로 삼는다.
만약 얼굴만 확대해서 보면 전체 다리의 역할은 배경으로 물러난다. 반대로 멀리서 받침만 보면 그 표정이 사라질 수 있다. 두 보기를 오가면 기능과 형상이 어떻게 같은 자리에서 만났는지 보인다. 조각처럼 감상할 부분이 도구를 지탱하는 부품 안에도 놓여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06. 유품이라는 관계와 개별 사용 장면
이방자가 소유했던 유품이라는 정보는 물건의 전래와 인물을 연결한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어느 날 무엇을 넣고 누구와 함께 사용했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알려진 소유 관계와 확인되지 않은 생활의 장면을 나누어 읽으면 무리한 왕실 일화를 덧붙이지 않고도 물건을 볼 수 있다.
화로는 열을 다루는 도구이지만 여기서는 사용을 재현하거나 현재 유물에 불을 넣는 방법을 안내하지 않는다. 남은 형태와 제작 설명이 중심이다. 둥근 테두리와 몸체를 본 뒤 작은 세 발로 눈을 내려 보자. 큰 기능을 맡은 물건이 아래쪽의 표정과 이음에 정성도 함께 담았다는 사실이 보인다.
07.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이 물건에서 어떤 얼굴이 어떤 힘을 지켜 주었다고 단정할 자료는 여기서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징 풀이를 길게 붙이기보다 실제 남아 있는 형태를 보는 편이 더 즐겁다.
다음에 화로나 향로를 만나면 그릇 안쪽만 들여다보지 말고 아래도 보자. 바닥을 딛고 있는 발에 의외로 가장 재미있는 표정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이 삼족화로에서는 따뜻한 그릇보다 먼저 세 발의 개성이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국립고궁박물관 — 삼족화로 ↗확인일 2026-10-28
이방자 소유 삼족 동제 화로 · 따로 주조해 리벳으로 붙인 다리 · 귀면 형태 상부와 동물 발 형태 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