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Housing

궁궐의 작은 상자에는 생활의 필요가 담겼다

이동식 용변기 매화틀의 구조를 들여다보다

약 3분의 작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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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로 싼 나무틀과 위쪽 구멍이 보이는 왕실 이동식 변기 매화틀
매화틀, 창덕26414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제공 이미지 출처 ·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 이미지 크게 보기

궁궐의 생활을 상상하면 큰 침전과 화려한 가구부터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멋진 물건만이 아니다. 매일 해결해야 하는 작은 필요도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의 「매화틀」은 그런 면을 보여준다. 직육면체의 나무 몸체에 천을 씌웠고, 윗면에는 긴 구멍이 나 있다. 크지 않은 가구처럼 보이는 이 물건은 왕실 전용의 이동식 용변기였다.

이름만 듣고 꽃을 장식하는 틀을 떠올렸다면 쓰임이 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안쪽의 용기를 꺼낼 수 있게

이 매화틀은 배설물을 받는 용기를 넣고 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고 한다. 사용자가 앉는 부분과 안쪽의 용기를 나누어 생각한 구조다.

윗면의 구멍만 있는 단순한 상자도 아니다. 아래 양옆에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고, 좌대 윗부분에는 등받침을 고정하기 위한 홈도 남아 있다. 설명을 읽으며 사진을 다시 보면 기능에 필요한 부분들이 하나씩 보인다.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이 물건의 성격을 알려준다. 방 안에서 쓰는 가구처럼 사용하면서, 안쪽 용기를 다루고 필요에 따라 위치를 옮길 수 있는 방식이었다. 오늘의 배관 시설과는 다른 방법으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같은 이름 아래 다른 재료

박물관에는 같은 매화틀이라는 이름의 청동제 이동식 용변기도 있다. 설명에는 내부에 재를 담아 소리와 냄새를 줄이려 했다고 나온다.

두 물건을 보면 용변을 받는 기능뿐 아니라 사용 뒤의 처리, 주변에 주는 영향을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한 유물의 설명을 모든 왕실 용변기에 똑같이 적용할 필요는 없다. 재료와 구조가 다른 물건은 각각의 기록을 따라 보아야 한다.

누가 언제 어느 방에서 썼는지, 주변 사람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는 여기의 소장품 설명만으로 알 수 없다. 그런 장면을 덧붙이지 않아도 남아 있는 구조만으로 생활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큰 건물 안의 작은 물건

궁궐을 구경할 때는 공간이 워낙 커서 그 안에서 실제로 어떻게 지냈는지 놓치기 쉽다. 작은 생활 도구는 그 거리를 줄여 준다. 어딘가에 놓고 사람이 사용해야 했던 물건이기 때문이다.

매화틀을 보면서 옛사람들의 생활을 불편함 하나로만 평가할 필요도 없다. 당시의 재료와 방식으로 무엇을 해결하려 했는지를 보면 된다. 넣고 빼는 용기, 발판, 등받침의 흔적은 그 답의 일부다.

다음에 생활 유물 전시를 만나면 화려한 장식 사이의 소박한 물건도 살펴보자. 큰 역사의 무대였던 궁궐에도, 매일의 생활을 받쳐 주는 작은 가구가 필요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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