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Literature
레 미제라블 — 빵 한 조각에서 시작된 긴 질문
장발장·팡틴·코제트·자베르의 삶으로 읽는 줄거리와 작품의 질문

장발장이 훔친 것은 빵 한 조각이었다. 굶주리는 누이의 아이들을 먹이려고 한 일이었다. 그러나 절도와 이어진 탈옥 시도로 감옥에서 보낸 시간은 모두 19년이 된다. 문이 열려 밖으로 나온 뒤에도 사람들은 그를 전과자로 먼저 본다. 처벌은 끝났는데 삶을 다시 시작할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빅토르 위고가 1862년에 발표한 『레 미제라블』은 이 출발점에서 한 사람의 변화와 여러 사람의 불행을 길게 엮는다. 제목은 대략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한 영웅의 성공담을 기대하기보다, 가난과 제도 속에서 서로 기대거나 상처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방대한 소설의 길이 조금 보인다.
이 글에는 주요 사건과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을 읽기 전 길잡이로 보아도 좋고, 책을 덮은 뒤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써도 좋다.
1. 은촛대를 건넨 주교, 곧바로 달라지지는 않는 사람
장발장을 집에 들인 미리엘 주교는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 준다. 장발장은 그 집에서 은식기를 훔쳐 달아났다가 헌병들에게 붙잡혀 돌아온다. 그때 주교는 자신이 준 물건이라고 말하고, 은촛대까지 가져가라며 건넨다. 장발장이 다시 죄수로 돌아갈 수도 있던 순간에 다른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를 즉시 착한 사람으로 바꾸지 않는다. 이어 만난 소년 프티 제르베의 동전을 돌려주지 않는 일까지 벌어진다.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중요하다. 용서를 한 번 받았다고 오래 굳어진 습관이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교의 친절은 변신의 마법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시작에 가깝다.
2. 마들렌 시장의 성공 뒤에 남아 있는 이름
세월이 흘러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사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도우며 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누군가에게 그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경찰관 자베르는 그에게서 과거의 죄수를 떠올린다. 이름을 바꾸어도 과거와 현재의 충돌은 끝나지 않는다.
이때 샹마티외라는 사람이 장발장으로 오인되어 재판받게 된다. 장발장이 입을 다물면 자신의 새 삶과 도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대신 벌을 받는다. 그는 결국 법정에 나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소설의 긴 독백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독자는 ‘좋은 사람이 되었으니 비밀을 지켜도 된다’는 쉬운 답 앞에서 멈추게 된다.
3. 팡틴은 어떻게 벼랑 끝으로 밀려났을까
팡틴은 어린 딸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맡기고 일하는 여성이다. 딸을 돌보는 비용을 보내야 하지만 일자리를 잃고, 점점 더 궁지에 몰린다. 테나르디에 부부는 코제트를 잘 돌보지 않으면서도 돈을 요구한다. 팡틴은 몸과 생활을 소모하며 딸을 지키려 애쓴다.
위고는 이 인물을 통해 가난을 단지 성실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일자리와 평판, 돌봄의 비용이 동시에 무너지면 무엇이 남는가. 장발장은 팡틴을 돕고 코제트를 데려오겠다고 약속하지만, 팡틴은 딸과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죽는다. 약속은 이제 남은 사람의 책임이 된다.
4. 코제트를 데려오는 밤, 가족이 되는 시간
코제트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지낸다. 어린아이가 어두운 길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장면은 소설의 비참함을 추상적인 말보다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장발장은 그 아이를 만나 물통을 들어 주고, 결국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온다. 누군가의 짐을 대신 드는 행동이 두 사람의 관계를 시작한다.
코제트를 보호하는 동안 장발장도 달라진다.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이제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된다. 자베르의 추적을 피해 파리의 수녀원에 머무는 과정에는 장발장이 전에 구해 준 포슐르방의 도움도 작용한다. 소설에서 선행은 늘 즉각적인 보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사람 사이에 예상하지 못했던 길을 남긴다.
5. 코제트와 마리우스, 아버지에게 찾아온 또 다른 시험
성장한 코제트는 청년 마리우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리우스는 가족과 정치적 생각을 놓고 갈등하고, 공화주의를 지지하는 젊은이들과도 가까이 지낸다. 두 사람의 사랑은 소설에 밝은 움직임을 만들지만 장발장에게는 불안이 된다. 자신에게 삶의 중심이 된 아이가 다른 사람을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리우스를 사랑하는 에포닌은 테나르디에 부부의 딸이다. 같은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서로 다른 길에 놓이고, 사랑하는 마음도 모두 같은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위고는 주인공 두 사람의 연애만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주변의 가난과 질투, 헌신을 함께 보여 준다. 장발장 역시 코제트의 행복을 바란다는 마음과 자신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6. 바리케이드는 프랑스혁명 그날이 아니다
후반의 봉기는 1789년 프랑스혁명이 아니라 1832년 6월 파리의 봉기다.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를 계기로 긴장이 높아지고, 앙졸라를 비롯한 청년들은 바리케이드를 쌓는다. 혁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사회가 아니라, 그 뒤에도 불평등과 정치적 갈등이 남아 있던 사회다.
이곳에는 정치적 이상을 말하는 청년들뿐 아니라 거리의 소년 가브로슈도 있다. 봉기는 장대한 영웅담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젊은이들이 죽고, 에포닌도 마리우스 곁에서 목숨을 잃는다. 개인의 사랑과 사회를 바꾸려는 열망이 한 장소에서 만나는 동시에,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도 드러난다.
7. 자베르를 살려 보내고, 마리우스를 업고 나오는 사람
장발장은 바리케이드에서 붙잡힌 자베르를 처형하는 대신 풀어 준다. 자베르에게 장발장은 붙잡아야 할 범죄자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신을 살려 보낸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선하고 죄수는 악하다는 단단한 구분 안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전투 뒤 장발장은 부상한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도를 지나 빠져나온다. 코제트를 자신에게서 데려갈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서 이 행동은 더 무겁다. 다시 장발장을 만난 자베르는 끝내 그를 놓아주지만, 자신이 믿어 온 질서와 눈앞의 인간 사이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죽음을 단순한 악당의 패배로 읽으면 소설이 오래 쌓아 온 갈등을 놓치게 된다.
8. 결혼 이후에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이유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결혼한다. 장발장은 자신의 전과를 마리우스에게 알리고, 오해와 거리감 속에서 점차 코제트의 일상에서 물러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행복해졌다고 해서 그들을 살린 사람의 몫까지 자연스럽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축복의 장면 뒤에 남은 외로움까지 따라간다.
뒤늦게 마리우스는 자신을 구한 사람이 장발장이었음을 알게 된다. 코제트와 함께 찾아갔을 때 장발장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두 사람이 곁에 있는 가운데 그의 삶은 끝을 맺고, 주교에게 받은 은촛대는 마지막 장면에도 남는다. 처음 받았던 자비가 긴 세월 동안 어떤 삶으로 이어졌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물건이다.
9. 왜 위고는 줄거리 밖으로 자꾸 걸어 나갈까
원작에는 워털루 전투, 수도원, 파리의 하수도처럼 줄거리만 따라가려는 독자에게 길게 느껴질 설명이 있다. 마리우스의 아버지와 테나르디에가 얽힌 과거를 이해하게 하는 대목도 있지만, 모든 설명이 사건을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위고는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 전체를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런 부분을 읽으며 중심 질문을 붙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무엇이 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사람을 바꾸는 것은 무엇인가, 법이 지켜 주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인물의 선택에서 잠시 멀어진 설명도 이 질문들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배경을 외우려 하기보다, 지금 이 장면이 누구의 삶을 더 잘 보게 하는지 생각해 보자.
10. 장발장 한 사람만 기억하지 않는 읽기
장발장은 숭고한 선택을 하지만 처음부터 완성된 성인은 아니다. 자베르는 무조건 사악해서만 움직이지 않고, 코제트의 사랑도 아버지의 희생을 즉시 알아보는 완벽한 이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어긋남이 인물들을 단순한 교훈의 표지판보다 오래 살아 있게 한다.
『레 미제라블』을 읽고 남는 것은 빵을 훔친 죄수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줄거리만이 아니다. 팡틴에게는 왜 버틸 자리가 없었는지, 코제트에게는 누가 손을 내밀었는지, 자베르는 왜 다른 판단으로 넘어가지 못했는지도 함께 남는다. 제목이 복수형인 까닭을 떠올리며 한 사람씩 다시 보면, 긴 소설은 여러 삶을 이해하는 길로 바뀐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빅토르 위고 — Les Misérables, 이사벨 햅굿 영문 번역 원문 ↗확인일 2026-10-29
장발장의 빵 절도·수감·석방과 미리엘 주교의 은식기·촛대 장면 · 자베르·팡틴·코제트·마리우스 관계와 인물의 행위 · 원문 서문 1862년 및 제4부의 1832년 6월 봉기 날짜 · 석방·프티 제르베 동전·마들렌 시장·샹마티외 재판과 정체 공개 · 팡틴·코제트·테나르디에·포슐르방·수녀원 관계 · 마리우스·에포닌·앙졸라·가브로슈와 1832년 6월 봉기 · 자베르를 풀어 줌·하수도 탈출·마리우스 구조·자베르의 죽음 · 코제트의 결혼·장발장 고백·오해 해소·죽음과 은촛대·원문 배경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