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Architecture
건물을 고치는 일은 글로도 남았다
선릉 정자각 상량문에 담긴 수리의 기록

오래된 건물 앞에서는 언제 처음 세웠는지부터 묻게 된다. 하지만 처음 지은 날만으로 건물의 긴 시간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기울어진 곳을 바로잡고 오래된 부분을 고친 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선릉 정자각 중수 상량문」은 그런 일을 글로 남긴 자료다. 사진으로 보면 종이 위에 글자가 길게 이어져 있다. 건물의 그림이나 설계도를 기대했다면 조금 다른 모습이다.
이 글에는 무엇을 고쳤고 왜 손을 보아야 했는지가 담겨 있다.
기울어진 정자각을 다시 손보다
박물관은 이 상량문이 1706년 선릉의 정자각을 중건할 때 작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오랜 세월 동안 석물과 정자각을 보수해야 한다는 필요가 제기되었고, 실제로 기울어진 건물을 다시 손보게 된 것이다.
글을 지은 사람은 조선 후기의 문신 최석항이다. 같은 내용이 그의 문집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박물관에 남은 종이와 책 속의 글이 서로 연결된다.
상량문은 건물을 세우거나 고치는 일을 기념하고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글이다. 이 자료의 번역에서도 기둥과 처마가 비바람을 겪은 사정, 수선을 늦출 수 없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공사를 아름다운 일로만 꾸미는 글인 줄 알았는데, 오래된 건물이 견뎌 온 문제도 함께 보인다. 오늘의 수리 기록에서 발견할 법한 사정이 옛 문장 안에도 들어 있다.
도면과는 다른 방식의 기록
설계도라면 치수와 구조를 먼저 보게 될 것이다. 상량문에서는 건물을 대하는 태도와 공사의 의미가 앞에 나온다. 같은 건물을 남기는 자료여도 맡은 역할이 다르다.
이 글은 기존 제도를 따르며 터를 더 넓히지 않았다는 점, 감독을 맡겨 일을 진행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이런 대목은 화려한 수사 사이에 놓여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물론 상량문 한 편만으로 공사의 모든 과정을 복원할 수는 없다. 누가 어느 날 어떤 연장을 들었는지까지 알려주는 작업 일지는 아니다. 다만 왜 공사가 필요했고 어떻게 의미를 부여했는지 보여주는 창은 된다.
글씨를 다 읽지 못해도 만나는 것
원문의 한자를 모두 읽지 못해도 괜찮다. 박물관은 자료의 설명과 번역을 함께 공개한다. 글의 제목과 작성 배경을 알고 보면 종이 위의 빽빽한 글씨도 다른 인상을 준다.
오래된 건물은 처음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춘 물건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이어 가기 위해 누군가는 손을 보았고, 때로는 그 일을 글로 남겼다.
다음에 유서 깊은 건물을 구경한다면 창건 연도 옆의 중수나 중건 기록도 한번 살펴보자. 오래되었다는 한마디 안에, 오래 버티게 하려던 여러 번의 일이 접혀 있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국립고궁박물관 — 선릉 정자각 중수 상량문(고궁1105) ↗확인일 2026-10-27
1706년 선릉 정자각 수리를 위해 지은 상량문 · 글쓴이 최석항과 문집 손와유고 수록 · 옛 규모를 유지하며 수리한 내용을 담은 번역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