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Literature

책에도 주인의 이름표를 찍어 두었다

작은 연경재장서인이 알려주는 책과 도장의 관계

약 3분의 작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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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연경재장서인 인장의 돌 몸체 모습
석제 연경재장서인 인장, 창덕7857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제공 이미지 출처 ·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 이미지 크게 보기

책을 빌려주기 전에 첫 장에 이름을 써 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중에 돌아왔을 때 누구의 책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하려는 작은 표시다.

옛 책과 서화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도장도 만난다. 장서인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연경재장서인’이라는 글자를 새긴 돌도장이 있다.

사진 속의 몸체는 손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작은 돌이다. 그런데 그 도장이 남기는 글자에는 책이 머물던 곳의 이름이 들어 있다.

도장을 찍으면 책의 자리가 남는다

박물관은 이 인장이 연경재에 소장한 서적과 서화 등에 찍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목의 ‘장서’는 책을 모아 소장한다는 말이다. 도장은 작은 이름표가 되어 소장 관계를 드러냈다.

서명과 닮은 점도 있지만 한 번 새긴 글자를 여러 곳에 반복해 찍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책이 여러 권이어도 같은 도장으로 표시할 수 있다. 손으로 매번 같은 글자를 쓰는 것과는 다른 재미다.

그렇다고 옛 책의 도장이 모두 같은 목적이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이야기에서 살펴보는 것은 소장을 표시하는 장서인 한 점이다. 인장의 세계에는 국가 업무용 도장부터 개인이 쓰는 도장까지 여러 종류가 있었다.

누구의 도장이었을까

이 인장의 사용자에 대해 박물관은 ‘헌종 추정’이라고 적어 둔다. 헌종이 사용했다고 확정하는 대신, 현재의 판단에 여지를 남긴 설명이다.

유물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어도 그 이력의 모든 부분을 같은 정도로 아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새겨져 있는지와 누가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설명에는 헌종이 여러 옛 인장을 수집하고 감상했으며 개인용 인장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다만 그 일반적인 배경이 이 한 점의 사용자 추정을 확정으로 바꾸어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챙길 것은 어려운 왕실 계보보다 이 작은 말의 차이다. ‘추정’이라는 두 글자를 그대로 두어도 도장을 구경하는 재미는 충분하다.

책의 내용 바깥에도 이야기가 있다

책에서 읽을거리는 본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적은 자리, 소장 표시, 누군가 남긴 메모도 그 책이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장서인을 보면 글자를 읽는 방식도 달라진다. 문장의 뜻만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자리에 그 이름을 남겼는지 궁금해진다. 같은 책이라도 누구의 책장에 있었는지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다음에 오래된 책의 첫 장에서 작은 인장을 발견한다면 본문으로 바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보아도 좋겠다. 책에 담긴 이야기 옆에, 책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흔적이 찍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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