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발견 · 과학자의 발견
페니실린 — 곰팡이를 발견한 날에 약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플레밍의 관찰에서 플로리와 체인의 연구까지

세균을 기르던 접시에 곰팡이가 자랐다. 실험을 망친 오염으로 보고 버릴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알렉산더 플레밍은 그 주변에서 세균의 성장이 억제된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 새로운 질문의 시작이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곧바로 위대한 약의 탄생을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관찰한 현상과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 사이에는 긴 거리가 있었다. 페니실린의 역사는 우연한 발견의 유명한 순간만큼이나 그 뒤에 이어진 여러 사람의 작업을 함께 볼 때 더 흥미로워진다.
01. 접시에서 달라진 부분을 보았다
1928년 런던의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연구하던 플레밍은 오래된 포도상구균 배양접시를 살폈다. 곰팡이가 자란 곳 주변에서 세균의 성장이 억제되어 있었다. 모든 곳에 세균이 같은 모습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변만 달랐다는 점이 관찰의 핵심이었다.
눈에 띄는 얼룩을 발견하는 것과 그 차이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실험의 목적과 어긋난 장면도 비교할 대상을 제공할 수 있었다. 다만 곰팡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중요한 약의 단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02. 오염이라고만 부르면 보이지 않는 것
실험에서는 원하지 않는 미생물이 들어오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염된 접시는 실패로 분류되기 쉽다. 플레밍의 사례가 흥미로운 것은 그 실패의 흔적 안에서 세균과 곰팡이 사이의 관계를 보았다는 점이다. 정해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모든 정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을 실험실을 일부러 어지럽히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교훈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우연이 있었다는 말은 연구의 준비와 관찰을 대체하지 않는다. 같은 장면을 만나도 무엇을 비교할지 모르면 그냥 지나갈 수 있다. 우연과 숙련은 서로 반대편에만 놓이는 것이 아니다.
03. 세균을 억제하는 현상에서 물질로
플레밍과 동료들은 곰팡이가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현상을 더 조사했다. 페니실린이라는 이름은 이 연구와 연결된다. 하지만 어떤 물질이 실험에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과 그것을 일정한 품질로 마련해 치료에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약이 되려면 현상을 알아보는 단계 바깥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제대로 분리할 수 있는지, 효과를 확인할 조건은 무엇인지가 중요해진다. 유명한 발견자의 이름만으로 약의 역사를 설명하면 이런 질문을 맡은 사람들의 일이 뒤로 사라진다. 관찰을 치료로 이어 주는 작업에도 독자적인 판단과 시간이 필요했다.
04. 옥스퍼드에서 이어진 연구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이 이끈 옥스퍼드 연구진은 페니실린을 분리하고 활용하는 연구를 진전시켰다. 1940년에는 정제한 물질을 이용한 생쥐 감염 실험의 성과가 보고되었고 사람에게 사용하는 연구도 이어졌다. 접시의 현상이 치료의 가능성으로 이동한 중요한 과정이었다.
동물에서 결과가 나왔다고 곧바로 사람의 치료가 모두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용량과 안전, 상태와 생산의 조건을 더 확인해야 한다. 이 단계를 짧게 지나가는 이야기는 속도감이 있지만 연구의 실제 어려움을 놓치게 한다. 좋은 결과를 얻은 뒤에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05. 필요한 사람에게 줄 만큼 만들기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많은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능력 역시 같지 않다. 정제와 생산을 넓히는 일은 발견의 발표 뒤에 이어져야 했다. 물질을 확보하고 품질을 관리하며 충분한 양을 마련하는 과정이 있어야 사회의 치료 환경도 달라질 수 있다.
실험실의 작은 접시와 대량 생산의 설비는 규모만 다른 복제품이 아니다. 요구되는 조건과 작업의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약의 역사는 과학자의 관찰이면서 제조와 조직의 역사이기도 하다. 몸을 살리는 물질이 된다는 말 안에는 그것을 실제로 전달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들어 있다.
06. 이름 하나에서 연구팀으로 시선을 넓히기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플레밍과 플로리, 체인에게 함께 돌아갔다. 최초의 관찰과 뒤이은 개발이 나누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대목이다. 수상자 세 사람의 이름을 안다고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일을 다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의 우연만으로 약이 완성되었다는 인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영웅적인 발견의 순간을 버릴 필요는 없다. 그 순간 뒤에 어떤 일이 이어졌는지를 더하면 된다. 누군가의 관찰을 다른 사람이 다시 실험하고 방법을 바꾸며 실제로 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갔다. 과학의 성과는 출발점의 새로움과 이어 가는 작업이 함께 있을 때 넓어질 수 있었다.
07. 곰팡이 접시를 다시 바라보기
함께 실은 삽화는 그 관찰을 떠올리기 위한 그림이며 실제 배양접시의 기록 사진은 아니다. 그림에서 비어 보이는 작은 공간을 찾았다면 그다음의 질문도 떠올려 보자. 왜 다를까, 무엇이 작용했을까, 같은 효과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현상은 질문을 통해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
페니실린의 이야기는 우연을 기다리라는 말보다 발견 뒤의 일을 보게 한다. 오늘날에는 내성과 적절한 사용이라는 또 다른 문제도 남아 있다. 특정 항생제가 모든 감염에 쓰인다는 뜻으로 읽지 않고, 하나의 관찰이 치료의 자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긴 연결이 필요했는지 기억하면 좋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자료
- OpenStax Microbiology — History of Chemotherapy and Antimicrobial Discovery ↗확인일 2026-11-05
1928년 플레밍의 포도상구균 배양접시와 곰팡이 주변 성장 억제 · 플로리·체인의 연구진, 1940년 정제와 생쥐 감염 실험·후속 사람 연구 · 분리·대량 생산의 기여와 1945년 세 사람의 노벨상; 약물별 치료 지침을 제시하지 않음
- OpenStax Microbiology — Fundamentals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확인일 2026-11-05
항균제의 선택과 작용 대상, 항생제를 모든 감염의 치료제로 일반화하지 않음